
변신 _ 프란츠 카프카 지음
카테고리: 고전
내가 읽은 책은 도서관에 있던 2011년 발행판 '삼성 주니어 필독선'으로 사려고 찾는다고 해도 잘 안 보이므로 크기나 무게 분석이 무의미...
단편이라 짧고 가벼운 편이나, 보통은 카프카의 다른 단편들까지 엮어서 발행하는 것 같다.
카프카가 본 책에 나오는 벌레를 어떠한 이미지로 한정하고 싶지 않아했으므로 일러스트가 없는 책을 추천한다.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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** 본 책은 독서토론 후 리뷰하는 것으로 모임 구성원들의 의견도 녹아 있음.
평점: 8.5 / 10
벌레로 변함으로써 경제적 능력과 목소리를 잃은 그레고르. 그에 따라서 '모든 권력을 상실한 개인'과 '최후의 집단이라고 할 수 있는 가족' 간의 태도 변화를 묘사한다. 인간을 인간으로 존재하게 하는 건 무엇일까? 생각하게 만드는 책.
ps. 소송을 먼저 읽고 카프카 책에 겁 먹었었는데 짧고 읽을 만함.
주제:
인간을 인간으로 존재하게 하는 건 무엇인가?
자본주의 속 권력의 근원
추천 대상:
인간으로서의 존재 이유를 생각해 보고 싶은 사람
토론 의제 및 의견:
1. 그레고르 잠자는 왜 벌레가 되었을까? 벌레로의 변신은 무엇을 의미하는가?
ㅡ "인간으로서의 가치는 무엇인가?"라고 카프카는 이 책을 통해 말하고 있다. 가족들의 생계에 꼭 필요한 존재였던 그레고르는 벌레로 변하고 돈을 벌어오는 능력을 상실한다. 더불어 인간의 언어조차 할 수 없게 되며 자신의 목소리를 잃는다. 이 두 가지는 권력을 대표한다. 그레고르는 하루 아침에 사회에서 약자 혹은 소수자를 넘어 추방되어야 할 끔찍한 것으로 여겨지지만, 그레고르는 자신을 향한 그들의 혐오와 경멸을 이해하기까지 한다. 누구보다 인간적인 이 모습이, 인간의 모습으로 벌레같은 언행을 하는 사람들과 대비되며 주제를 더욱 부각한다.
ㅡ 여기서 그레고르가 벌레로 변한 것에는 자의가 전혀 없었다고 생각한다. 그레고르는 외판원이라는 직업을 힘들어했지만 가족의 생계를 이끌어나가며 보람을 느끼고 있었다. 한 사람의 인생에 예고 없이 찾아오는 재앙이 벌레라는 극단적이고 자극적인 형태로 나타난 것.
ㅡ 그레고르는 벌레로 변하기 전에도 돈을 벌어오는 것 이외에는 가치가 없는 것으로 여겨진 것이다. 그레고르가 자신이 가족들에게 착취당하고 있었던 것을 인지하지 못했다면 그레고르가 불쌍하고, 심지어 이미 죽어 있었다고 생각된다.
ㅡ 그레고르는 벌레로 변했을 때 놀라지도 부정하지도 않는다. 너무나도 담담하게 앞으로 어떻게 할 것인가를 생각한다. 자기 자신을 인지하기보다 노동자로서 오직 쓸모에 의해, 다른 사람의 시선으로 자기 자신을 규정할 뿐이다. 외판원이라는 직업은 물건을 상대방의 입장에서 가치를 정의하며 파는 것이 일이므로 더욱 그러했을 것이다.
ㅡ 시간의 흐름에 따라 그레고르가 주체적으로 생각하는 모습이 줄어드는 것이 권력을 잃으며 죽어가는 (=존재를 잃어가는) 모습을 나타낸다.
ㅡ '흉측한' 벌레로 변했다는 묘사 자체가 그레고르의 모습을 흉측한 모습에 가두었다고 생각함. 가족들은 남들의 눈을 의식해서 그레고르를 더 흉하게 생각한 것이다. 강아지나 고양이로 변했다면 이런 일은 없었을 것.
2. 그레고르의 죽음은 자살/타살/자연사 중 어떤 것일까? 만일 타살이라면 용의자는 누구인가?
ㅡ 타살이다. 타살을 사전적 의미로 해석하지 않고 그레고르의 죽음을 야기한 결정적 계기를 제공한 것이라고 본다면, 슬픈 얘기지만, 누구보다도 그레고르가 의지했던 누이동생이 용의자이다. 누이동생이 그레고르의 방문을 닫고 자물쇠로 잠근 것은 그레고르를 세상으로부터 단절시켰다고 볼 수 있다. 이것은 그레고르의 남은 삶의 의지를 꺾어버리기에 충분한 행동이었다.
ㅡ 살인? 살충? 의 사전적 의미로는 누이의 사건은 정황상일 뿐 증거불충분. 사과로 인한 상처로 인한 합병증.
ㅡ 하지만 사과로 인해 죽었다기엔 그레고르의 껍질에 박히며 흉터처럼 남음. 아빠가 자신을 향해 공격적으로 사과를 던짐으로써 몸과 마음에 상처를 입었겠으나 그걸로 죽었다고 볼 수는 없다.
ㅡ 가족들은 자신들의 도덕적 책임을 저버렸다. 하지만 가족들이 다른 사람에게 '내 아들이 벌레가 됐어요'라고 고민을 털어 놓을 수 있는 사회였다면 이들도 그렇게 행동하지는 않았을 것. 따라서 사회적 타살이고, 우리나라에서 장애인 등의 사회적 약자들의 위치를 예로 들 수 있음. 게다가 카프카의 시대는 산업사회 초반으로 경제적 능력, 사회적 지위가 매우 중요했음. 현대사회는 여기에 자아개발까지 이뤄내라고 강요하고 있다.
ㅡ 마음의 여유가 없는 것조차 개인의 몫으로 돌아가서 사회의 본질적인 문제가 해결되지 않은 채 tv, 책, 여행 등을 통해 '힐링'이라는 이름으로 개인 차원에서만 스스로를 보듬는다. 따라서 가벼운 콘텐츠만 다루는 프로그램이 많아지는 경향도 보임. 귀여운 캐릭터 산업이 흥행하는 것 또한 이 여파이다.
ㅡ 그레고르는 벌레로 변하기 전부터 사회적 타살의 상태에 있었던 것 같다. 죽어 있는 상태였던 것.
3. 그레고르의 변신 이후 가족들의 태도 변화?
4. 나/소중한 사람이 그레고르와 같은 일을 겪는다면?
5. 인간으로 살아가는 것과 벌레로 변하는 것 중 어떤 것을 선택할 것인가?
ㅡ 인간으로서 짐을 벗어던지고 벌레로 변할래! 라고 생각할 수도 있겠지만 벌레로 변한다면 과연 편할까? 현재 인간 세상에서 '돈'으로 사회적 지위가 결정되는 것처럼 벌레로 변한다면 '힘'이 그런 수단이 될 것이다. 벌레 세상에서도 그들만의 사회 또는 세상이 있을 것이며 녹록치 않을 것이라 생각함. 그냥 인간으로서 인간인 것을, 지금 내 삶을 즐기며 살아야지. 반대로 내가 벌레였다면 인간으로 변해도 달라지는 게 없을 것이므로 그냥 벌레로 자유롭게 살 것이라고 말했을지도 모르겠다.
후기:
책 제목이 '변종'이 아니라 '변신'인 것은 주인공의 마음은 그대로인 채 몸의 모습만 바뀐 것을 의미하는 것일지도 모른다. 책 곳곳에 등장한 다른 사람들의 입장에서 생각할 줄 알고 배려하는 그레고르의 모습은 개인주의 사회의 자기 욕심만 채울 줄 아는 사람과 대비된다. 그래서 벌레로 변했다고 다른 사람들에게 배척당하는 모습이 더욱 가슴 아프게 다가온다. 그레고르에게 조금만 더 관심과 주의를 기울였다면 서로 마음이 통한다는 것을 알 수 있었을 텐데. 벌레로 변한 것을 떠나 그레고르가 '쓸모'가 없어져서 버림받게 된 것은 아닐까. 거리로 나가 묘기를 부리며 돈을 벌 수 있었다면 이렇게 죽진 않았을 것이다. 그렇다면 인간으로서의 쓸모는 무엇일까? 자본주의 시대에선 '돈을 버는 것'이라고 답할 수도 있겠지만 얼마 전 공부하게 된 니체의 영향으로 난 이렇게 대답할 것이다. '스스로와 다른 사람들에게 좋은 자극을 주는 것'이라고. 시간이 되면 니체에 대해서도 리뷰하며 더 구체적으로 말해 보고 싶다.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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변신
발표된 지 90년, 1950년 이래 우리나라에 소개된 지도 반백년이 넘은 변신의 번역본이야 수도 없이 많지만 이번에 출간된 변신은 삽화가 특히 돋보인다. 아르헨티나의 유명한 아티스트 루이스 스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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